먼 나라의 전쟁, 내 방까지 번진 탄내

2026/03/01

2026년 3월 1일, 삼일절 휴일이라 늦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뉴스 상태가 심상치 않다.

이란의 지도자가 세상을 떠났고, 전 세계 기름이 지나다니는 '호르무즈 해협'이라는 바닷길이 막혔대. TV 화면은 온통 붉은색 자막으로 도배되어 있고, 사람들은 벌써부터 기름값이랑 물가가 오를까 봐 걱정하는 글들을 올리고 있다.

솔직히 말해서 이란이 어디 붙어 있는지, 그 동네 사정이 어떤지 평소에는 관심도 없었다. 뉴스를 보면 폭탄이 터지고 건물이 무너지는 무서운 장면들이 나오지만, 한국에 있는 나한테 그 전쟁은 '숫자'로 먼저 다가온다. "짜장면값이 또 오르겠네", "이번 달 난방비는 어쩌지?" 같은 아주 현실적인 고민들 말이다. 참 나란 인간은 이기적이다.

지금 이 순간, 이란의 어느 거리에서는 누군가 아이의 손을 잡고 무서워서 떨고 있겠지? 그들에게는 내가 지금 마시는 커피 한 잔, 친구랑 주고받는 카톡 한 줄이 전 재산을 다 줘도 못 사는 꿈 같은 일일 거다. 내가 당연하게 여겼던 '아무 일 없는 하루'가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기적이라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.

뉴스는 전쟁을 무슨 게임 중계처럼 보여줄 때가 많다. 어디가 점령됐고, 어떤 무기가 쓰였고 하는 이야기들... 하지만 그 딱딱한 화살표들 뒤에는 진짜 사람들이 있다. 무서워서 식은땀을 흘리는 군인들, 자식이 다칠까 봐 밤잠 설치는 부모들의 진짜 '사람 냄새' 말이다.

우리는 화면을 통해 그들을 보지만, 사실 그 고통을 다 알 순 없다. 기름값이 오를꺼라 짜증 난다는 마음 이전에, "그곳 사람들도 나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을 텐데" 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드는 건 우리가 다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지 않을까?

바라는 건 딱 하다. 호르무즈 해협의 바닷길이 다시 열리고 기름값이 안정되는 것도 중요하지만, 무엇보다 그곳 사람들이 더 이상 죽음의 공포 속에서 떨지 않았으면 좋겠다.

싸우고 부수기 위해 흘리는 피 냄새 나는 땀 말고, 자기 가족을 먹여 살리고 자기 인생을 가꾸기 위해 흘리는 기분 좋은 땀방울. 그런 평범한 일상을 그들도 빨리 되찾았으면 한다. 조만간 따뜻한 봄바람과 함께 평화로운 소식이 들려오길 빌어본다.